나는 신발이 없었고, 그는 발이 없었다 ♤ 2년 동안 잡화점을 경영했던 나는 돈을 모두 날리고 빚까지 진 신세가 되었다. 바로 전 주에는 잡화점도 문을 닫고 말았다. 나는 기운이 쭉 빠진 채 길을 걷고 있었다. 모든 믿음과 의욕까지 상실한 상태였으니까. 그때 갑자기 다리가 없는 사람 하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. 그는 바퀴를 단 목판 위에 앉아 있었다. 한 손으로 나무 막대를 짚고 목판을 밀면서 길을 가고 있었다. 그때 막 길을 건너던 나는 인도로 미끄러져 오고 있던 그를 만났다. 우리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다. 그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. "안녕하세요? 날씨가 참 좋네요. 그렇죠?" 정이 듬뿍 담긴, 활기찬 목소리에서 그가 장애인이란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.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던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. 그의 시선을 보면서 나야말로 장애자라는 걸 깨달았다. 난 나에게 말했다. '저 사람은 다리가 없어도 저렇게 즐겁게 지내는데, 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. 난 다리가 있잖아!' 난 갑자기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. 나는 고향으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아무 일이나 구해달라고 부탁하려 했었던 생각을 바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았다. 이후로 나는 그날 느꼈던 생각을 적어 욕실 거울어 붙여 놓고, 매일 아침 면도를 할 때마다 큰 소리로 한 번씩 낭독한다. "신발이 없는 나는 우울했다. 발이 없는 그를 만나기 전까지!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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